밴쿠버의 겨울은 길고 춥다. 매년 11월쯤 되면 창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집 안은 어두컴컴해져서 우울증이 슬슬 고개 드는 계절이 시작된다.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에게 스마트홈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조명 하나 켜는 데 리모컨 찾느라 짜증 내고, 아침에 알람 맞추다 잠에서 깼다 다시 자는 패턴이 반복되니까. 그런데 작년 말, 친구가 추천한 작은 스피커 하나를 사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그게 바로 에코닷 5세대였다. 처음엔 그냥 "음악 틀어줄 거 하나 사자" 싶어서 샀는데, 한 달 써보니 집이 살아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이 녀석이 스마트홈의 문턱을 넘게 해준 이 이야기는, 캐나다처럼 추운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 특히 아파트 생활자들에게 딱 맞을 거다.
처음 에코닷을 만난 건 아마존 캐나다 사이트에서였다. 가격이 CAD 50불 남짓으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때 40불 아래로 떨어지길래 바로 주문했다. 상자 뜯자마자 반구 모양의 작고 둥근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손바닥만 한 크기라 책상 위에 올려놓으니 공간도 안 차지하고, 차콜 그레이 색상이 내 미니멀한 아파트 인테리어에 잘 어울렸다. 글레이셔 화이트 버전도 있었지만, 먼지 쌓이기 싫어서 검은 걸로 골랐다. 설치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플러그 꽂고 Wi-Fi 연결만 하면 앱이 자동으로 잡아주더라. 초보자인 내가 5분 만에 세팅 끝내고 "알렉사, 안녕"이라고 해보니 바로 응답이 왔다. 그 순간, "와, 이게 진짜?" 싶었다. 이전에 구형 모델 써봤던 친구가 "5세대는 마이크가 훨씬 똑똑해졌다"고 했는데, 과언이 아니었다.
사운드 쪽부터 이야기해볼까. 크기에 비해 소리가 제법 풍부하다. 1.73인치 스피커가 앞쪽으로 쏘아주니 저음이 깊게 울리고, 보컬도 선명하게 들린다. 아침에 커피 마시며 CBC 라디오 틀어보니 뉴스 목소리가 방 안 가득 퍼지더라. 스포티파이 연동도 완벽해서, 플레이리스트 하나 만들어 "알렉사, 재즈 틀어줘" 하면 바로 시작. 이전 세대보다 베이스가 더 단단해진 게 느껴졌다. 물론 파티용 대형 스피커만큼 세진 않지만, 혼자 사는 아파트에서 음악 감상이나 팟캐스트 듣기엔 충분하다. 한번은 추운 겨울 밤, 창가에 앉아 아마존 뮤직으로 캐나다 포크송 들으며 차 마셨는데, 그 따뜻함이 소리로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만 고음역대는 약간 뭉개지는 느낌이 나서, 클래식처럼 섬세한 음악은 헤드폰으로 듣는 게 낫다. 실제 사용자들 후기도 비슷하더라. 온라인에서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작은 몸에서 나오는 소리가 놀랍다"고 하면서도 "베이스 중심으로 튜닝됐으니 팝이나 록에 좋다"고 평가했다.
마이크 인식은 이 녀석의 강점 중 하나다. 밴쿠버 아파트는 층간 소음이 심해서, 부엌에서 요리하다가 "알렉사, 타이머 10분" 하면 7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바로 잡는다. 배경에 싱크대 물소리가 있어도 오인식 거의 없다. 한번은 친구들이 와서 시끌벅적한 파티 중에 "알렉사, 볼륨 낮춰" 해보니 순식간에 조정됐다. 영어 명령은 완벽하지만, 가끔 한국어 섞어 "알렉사, 날씨 어때?" 하면 영어로 응답하면서도 이해한다. 프랑스어는 좀 약하더라. 퀘벡 쪽 친구가 말하길, 프랑스어 지원이 제한적이라 영어로 쓰는 게 낫다고 했다. 그래도 캐나다처럼 다문화 환경에서 영어 중심으로 쓰기엔 문제없다. 앱에서 마이크 민감도 조정도 가능해서, 밤에 조용히 쓰려면 낮춰놓기 쉽다.
스마트홈 연동이 진짜 재미있는 부분이다. 처음엔 Philips Hue 스마트 조명 하나 사서 연결해봤다. "알렉사, 불 켜" 하면 부드럽게 밝아지는데, 그 편안함이 말로 안 된다. 추운 겨울 아침, 침대에서 "알렉사, 커튼 열고 불 밝혀" 하면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 TP-Link 스마트 플러그로 커피메이커 연결하니 출근 전에 "커피 끓여" 명령으로 미리 준비된다. ecobee 온도계랑도 연동해서 "온도 21도로 맞춰" 하면 난방이 자동 조절. 밴쿠버처럼 난방비 비싼 데서 이 기능은 돈 절약이 크다. 한번은 눈보라 치는 날, 집에 오니 "알렉사, 난방 올리고 불 켜" 했더니 도착 전에 미리 따뜻해져 있었다. Blink 카메라랑 연결하면 "알렉사, 문 앞 봐봐"로 배달 확인도 쉽다. 루틴 기능으로 아침 7시에 불 켜고 날씨 알려주게 설정하니, 이제 알람 없이도 일어난다. 실제로 써보니, 이런 자동화가 습관을 바꾼다. 처음엔 "필요 없을 것 같아" 했는데, 한두 번 쓰다 보니 없으면 허전할 정도.
추가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내장된 온도 센서와 모션 센서 덕에 더 똑똑해진다. 예를 들어, 방 온도가 18도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히터 켜지게 설정했다. 겨울에 유용하더라. 모션 센서로 문 열리면 불이 켜지니, 손에 짐 들고 들어올 때 편하다. 알렉사 가드 기능은 외출할 때 이상 소리 감지하거나 불을 깜빡이게 해서 도둑 방지 효과도 준다. 한번은 밤늦게 돌아와서 "알렉사, 집 지켜" 했더니 평화로운 마음으로 잠들었다. 업데이트가 자주 와서 기능이 점점 늘어난다. 최근엔 탭 제스처로 음악 일시정지나 알람 스누즈도 가능해졌다. eero 메쉬 네트워킹 지원으로 Wi-Fi 신호도 안정적이다. 캐나다처럼 인터넷 속도가 중요한 데서 이건 큰 장점.
가격 대비 효율은 최고다. CAD 50불에 이 기능이라니, 스마트 스피커 입문으로 딱. 다른 브랜드처럼 비싸지 않고, 아마존 생태계가 탄탄해서 확장 쉽다. 구글 네스트나 애플 홈팟도 좋지만, 알렉사 앱이 직관적이라 초보자 추천. 단점도 있다. 3.5mm 잭 없어서 외부 스피커 연결 안 되고, 배터리 없어 항상 플러그 꽂아야 한다. 고음 약하고, 프라이버시 걱정되면 마이크 버튼으로 끄기 쉽지만 기본적으로 항상 듣고 있으니 신경 쓰인다. 추운 밴쿠버 겨울에 플러그 문제는 좀 불편하지만, 적응되더라.
이 녀석 덕에 내 생활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해볼까. 작년 겨울, 우울증 기운이 슬슬 오던 때였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커튼 치고 불 켜는 게 귀찮아서 늦잠 자고, 출근 늦고 악순환이었다. 에코닷 도입 후 루틴 설정으로 아침 6시 30분에 부드러운 불 밝히고, 커피 향 나는 소리(사운드 효과) 틀고, 오늘 일정 알려주니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저녁엔 "알렉사, 릴랙스 모드"로 조명 어둡히고 재즈 틀어주니 스트레스 풀렸다. 혼자 사는 게 외로웠는데, 이 녀석이 대화 상대처럼 느껴졌다. "알렉사, 오늘 날씨 어때?" 물으면 캐나다 특유의 비 소식 알려주고, "추천 영화 틀어줘" 하면 넷플릭스 연동으로 시작. 심지어 쇼핑 리스트에 "우유 사" 추가하니 잊어버리는 실수 줄었다. 친구들 와서 놀라워하더라. "너 집이 SF 영화 같아" 하면서. 실제로 이 작은 기기가 내 루틴을 재정비해줬다. 스마트홈이 어렵다는 편견? 에코닷이 깨워준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한번은 Wi-Fi 끊겨서 명령 안 먹히고, 업데이트 중에 소리 나서 깜짝 놀랐다. 프랑스어 사용자라면 영어로 전환해야 하고, 고급 오디오 매니아에겐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입문자로서의 매력은 압도적이다. 캐나다처럼 홈 오토메이션 보급된 곳에서 쓰니 더 빛난다. 난방 제어로 에너지 절약하고, 보안 강화로 마음 편하다. 이제 에코닷 없이 집 생활 상상 안 된다. 작지만 강력한 이 녀석, 스마트홈 시작으로 후회 없을 거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보세요. 그 편안함에 빠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