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립공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숨이 멎을 듯한 풍경 앞에서 한동안 말을 잃었다. 밴프의 레이크 루이스 호수에서 새벽녘 안개가 살포시 걷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세상 끝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로키산맥, 태평양의 거친 파도가 부딪히는 퍼시픽 림의 해안, 그리고 고요한 프린스 앨버트의 호수에서 들리는 물소리까지. 이곳들은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작음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장소였다.
캐나다의 40개가 넘는 국립공원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여행자를 불러들인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사랑받는 밴프, 자스퍼, 퍼시픽 림, 그로스 모른, 케이프 브레튼 하이랜즈, 프린스 앨버트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각 공원의 특징부터 계절별 방문 팁, 추천 액티비티, 숙박 정보까지 알려드릴께요!
밴프 국립공원: 로키산맥의 심장
캐나다 앨버타주에 자리 잡은 밴프 국립공원은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1885년에 설립된 이래 전 세계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곳이다. 면적은 6,641㎢에 달하며, 로키산맥의 웅장한 산봉우리와 빙하, 그리고 터키색 호수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숨을 멎게 한다. 첫 방문 당시, 레이크 루이스의 에메랄드빛 물결을 보고 있자니 사진으로 보던 그 어떤 이미지보다 강렬했다. 이곳은 단순히 ‘예쁜’ 풍경을 넘어, 자연의 깊이와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특징
밴프는 로키산맥의 중심에 위치하며, 레이크 루이스, 모레인 호수, 설퍼산, 존스턴 캐년 등 대표 명소로 유명하다. 특히 레이크 루이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빅토리아 빙하를 배경으로 한 호수는 마치 그림엽서 같다. 모레인 호수는 열 개의 봉우리가 둘러싼 호수로, 카누를 타며 바라보는 풍경은 평생 잊히지 않을 추억을 선사한다. 설퍼산 곤돌라는 해발 2,281m 정상의 전망대까지 올라가며 밴프 시내와 로키산맥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곳은 또한 온천으로도 유명한데, 밴프 어퍼 핫 스프링스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계절별 방문 팁
여름(6~9월)은 밴프를 방문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기다. 따뜻한 날씨 덕에 하이킹, 카누, 캠핑 등 야외 활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성수기로, 관광객이 많아 숙소와 투어 예약은 최소 3~6개월 전에 하는 것이 좋다. 가을(9~10월)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며, 붉고 노란 색채로 물든 로키산맥은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겨울(12~2월)은 스키와 스노보드 애호가들에게 천국이다. 레이크 루이스 스키 리조트와 선샤인 빌리지 같은 스키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슬로프를 자랑한다. 단, 겨울철에는 도로가 얼 수 있으니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스노우 타이어와 체인을 준비해야 한다.
추천 액티비티
- 하이킹: 존스턴 캐년 트레일은 초보자도 쉽게 걸을 수 있는 코스로, 폭포와 맑은 계곡을 감상하며 약 2~3시간의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좀 더 도전적인 코스를 원한다면, 레이크 루이스의 플레인 오브 식스 빙하 트레일(약 14km)을 추천한다.
- 카누: 모레인 호수에서 카누를 빌려 잔잔한 호수 위를 노 저으며 주변 봉우리를 감상하는 경험은 놓칠 수 없다. 비용은 1시간에 약 CAD 80~100.
- 설퍼산 곤돌라: 정상에서 밴프 시내와 로키산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는 특히 일몰 시간에 방문하면 더욱 감동적이다. 2025년 기준 곤돌라 비용은 1인당 약 CAD 70.
- 온천 체험: 밴프 어퍼 핫 스프링스는 자연 온천수로 운영되며, 성인 입장료는 약 CAD 20.
숙박 정보
밴프 마을은 공원의 상업 중심지로, 럭셔리 호텔부터 캠핑장까지 다양한 숙박 옵션이 있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는 고급스러운 숙박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되며, 1박에 약 CAD 400~600 수준이다. 예산형 여행자라면 캔모어 지역의 호스텔이나 에어비앤비를 고려해볼 만하다. 캠핑을 선호한다면 투 잭 레이크사이드 캠프그라운드가 인기 있으며, 1박에 약 CAD 40~50이다. 성수기에는 숙소가 빠르게 마감되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자스퍼 국립공원: 별빛 아래의 고요한 낙원
밴프에서 북쪽으로 약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자스퍼 국립공원은 밴프보다 더 넓고 한적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면적 11,228㎢로 캐나다에서 가장 큰 로키산맥 국립공원 중 하나다. 이곳은 국제 다크스카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은 도시에서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처음 자스퍼에서 별 관측을 했을 때, 쏟아질 듯한 은하수 아래 서 있자니 우주의 거대함에 압도당했다.
특징
자스퍼는 아타바스카 폭포, 말린 호수, 콜럼비아 빙하 등 자연의 경이로움이 가득하다. 특히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밴프와 자스퍼를 연결하는 230km의 드라이브 코스로, 페이토 호수와 보우 호수 같은 명소가 길을 따라 이어진다. 자스퍼는 또한 야생동물 관찰의 천국이다. 곰, 엘크, 무스 같은 동물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항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계절별 방문 팁
여름(6~9월)은 하이킹과 캠핑에 최적이며, 페이토 호수는 이 시기에 터키색으로 빛난다. 단, 7~8월은 성수기로 숙소와 렌터카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가을(9~10월)은 단풍과 함께 한적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며, 겨울(11~3월)은 스노우슈잉과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기에 좋다. 다만, 겨울철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눈으로 인해 통제될 수 있으니 사전에 도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추천 액티비티
- 별 관측: 자스퍼 플래닛타리움에서 진행하는 별 관측 투어는 천문학자의 설명과 함께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할 수 있다. 비용은 약 CAD 60.
- 빙하 트레킹: 콜럼비아 빙하 스카이워크는 유리 바닥 전망대에서 빙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다. 입장료는 약 CAD 40.
- 하이킹: 말린 캐년 트레일은 협곡과 폭포를 따라 걷는 4.5km의 쉬운 코스로, 초보자도 즐길 수 있다.
- 자전거 투어: 자스퍼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려 아타바스카 강변을 따라 달리는 코스는 약 2~3시간 소요.
숙박 정보
자스퍼 마을에는 페어몬트 재스퍼 파크 로지 같은 고급 리조트부터 윈딩 리버 캠프그라운드 같은 캠핑장까지 다양하다. 힌튼 지역은 자스퍼보다 저렴한 숙소가 많아 예산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1박 기준 호텔은 약 CAD 200~400, 캠핑장은 CAD 30~50 수준이다. 성수기 예약은 최소 4~6개월 전이 안전하다.
퍼시픽 림 국립공원: 태평양의 거친 숨결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 아일랜드에 위치한 퍼시픽 림 국립공원은 태평양의 거친 해안선과 울창한 열대우림이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롱 비치를 따라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를 듣다 보면, 자연의 원초적인 힘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곳에서 처음 서핑을 시도했을 때, 차가운 바닷물과 파도에 몸을 맡기며 자유로움을 만끽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징
퍼시픽 림은 롱 비치,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브로큰 그룹 아일랜드로 나뉘며, 해안과 숲이 조화를 이룬다. 롱 비치는 서핑과 해변 산책으로 유명하며, 레인포레스트 트레일은 거대한 삼나무와 고사리 사이를 걷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은 또한 고래와 바다사자 같은 해양 생물을 관찰하기에 최적이다.
계절별 방문 팁
여름(6~8월)은 서핑과 하이킹에 적합하며, 날씨가 따뜻해 캠핑을 즐기기 좋다. 가을(9~10월)은 비가 잦지만, 열대우림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진다. 겨울(12~3월)은 폭풍 관찰 투어가 인기인데, 거친 파도를 감상하며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단, 비가 자주 오니 방수 장비는 필수다.
추천 액티비티
- 서핑: 롱 비치에서 서핑 보드를 빌려 파도를 타보자. 초보자를 위한 강습은 약 CAD 100.
- 해안 하이킹: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은 75km의 장거리 코스로, 최소 5~7일이 필요하다. 짧은 코스를 원한다면 론 비치 트레일(약 3km)을 추천.
- 고래 관찰: 토피노에서 출발하는 고래 관찰 투어는 약 3시간 소요되며, 비용은 1인당 CAD 120~150.
숙박 정보
토피노와 유클레트는 주요 숙소 지역으로, 오션 빌리지 리조트 같은 해변 근처 숙소는 1박에 약 CAD 200~350이다. 그린 포인트 캠프그라운드는 바다를 보며 캠핑할 수 있는 인기 장소로, 1박에 약 CAD 40이다. 성수기 예약은 필수다.
그로스 모른 국립공원: 지구의 역사를 걷다
뉴펀들랜드에 위치한 그로스 모른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질학적 다양성과 독특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웨스턴 브룩 폰드를 보트로 건너며 피오르드 사이를 지나던 순간, 마치 지구의 태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곳은 자연뿐 아니라 지구의 역사를 탐험하는 곳이다.
특징
그로스 모른은 피오르드, 빙하 호수, 테이블 랜즈(지각판이 드러난 독특한 지형)로 유명하다. 웨스턴 브룩 폰드는 거대한 절벽 사이의 호수로, 보트 투어로만 접근 가능하다. 테이블 랜즈는 지질학적으로 독특한 황량한 풍경으로, 마치 화성에 온 듯한 착각을 준다.
계절별 방문 팁
여름(6~8월)은 보트 투어와 하이킹에 최적이며, 날씨가 따뜻해 야외 활동을 즐기기 좋ivial. 단, 겨울철에는 눈과 추위로 인해 일부 트레일이 통제될 수 있으니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추천 액티비티
- 보트 투어: 웨스턴 브룩 폰드 투어는 약 2시간 소요되며, 비용은 약 CAD 70.
- 하이킹: 그로스 모른 트레일은 약 16km로, 피오르드와 산을 감상하며 걷는 코스다.
- 지질 투어: 테이블 랜즈에서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는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숙박 정보
록키 하버나 노리스 포인트에 소규모 로지와 B&B가 많으며, 1박에 약 CAD 150~250이다. 캠핑장은 섈로우 베이 캠프그라운드가 인기 있으며, 1박에 약 CAD 30이다.
케이프 브레튼 하이랜즈 국립공원: 대서양의 보석
노바스코샤주에 위치한 케이프 브레튼 하이랜즈 국립공원은 캐보트 트레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스카이라인 트레일을 걸으며 대서양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했을 때, 끝없는 지평선에 마음이 확 트였다. 이곳은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장소다.
특징
캐보트 트레일은 298km의 해안 도로로, 절벽과 바다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감상하는 풍경은 압도적이다. 스카이라인 트레일은 무스와 엘크를 만날 가능성이 높으며, 잉고니쉬 비치는 여름철 수영과 피크닉에 적합하다.
계절별 방문 팁
여름(6~8월)은 하이킹과 드라이브에 적합하며, 가을(9~10월)은 단풍으로 유명하다. 겨울철은 스노우슈잉과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추천 액티비티
- 드라이브: 캐보트 트레일은 최소 1~2일이 필요하며, 렌터카로 여유롭게 즐기길 추천.
- 하이킹: 스카이라인 트레일은 약 7km로, 초보자도 쉽게 걸을 수 있다.
- 고래 관찰: 플레전트 베이에서 출발하는 투어는 약 CAD 100.
숙박 정보
잉고니쉬 지역의 리조트와 B&B는 1박에 약 CAD 150~300이며, 캠핑장은 1박에 약 CAD 30이다.
프린스 앨버트 국립공원: 평원의 고요한 매력
서스캐처원주에 위치한 프린스 앨버트 국립공원은 호수와 숲, 평원이 어우러진 고요한 자연의 품이다. 와스케시우 호수에서 카약을 타며 고요한 물소리를 들었을 때, 도시의 소음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잊게 됐다.
특징
와스케시우 호수는 수영, 카약, 낚시에 적합하며, 뷰포인트 트레일은 숲과 호수를 감상하며 걷기 좋다. 이곳은 비버, 블랙베어 같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다.
계절별 방문 팁
여름(6~8월)은 수상 스포츠와 캠핑에 적합하며, 가을(9~10월)은 단풍이 아름답다. 겨울철은 스노우슈잉과 아이스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
추천 액티비티
- 카약: 와스케시우 호수에서 카약 렌탈은 1시간에 약 CAD 30.
- 야생동물 관찰: 뷰포인트 트레일에서 비버와 사슴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 캠프파이어: 와스케시우 캠프그라운드에서 밤하늘 아래 모닥불을 즐겨보자.
숙박 정보
와스케시우 마을의 로지와 호텔은 1박에 약 CAD 150~250이며, 캠핑장은 1박에 약 CAD 30이다.
자연 속에서 찾은 나만의 순간
캐나다 국립공원을 여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화려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고요한 트레일 끝에서 마주한 작은 호수와 그 위로 비치는 햇빛이었다. 그 순간,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캐나다 국립공원은 단순히 ‘보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느끼는’ 곳이다. 이 글이 여러분의 여행에 길잡이가 되어, 자연 속에서 나만의 특별한 순간을 찾길 바란다. 여행을 계획하며 예산, 날씨, 안전을 꼼꼼히 체크하고, 무엇보다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그럼, 캐나다의 대자연으로 떠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