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켜면 수많은 드라마가 눈에 들어오지만, 가끔은 가슴 깊이 울림을 주는 작품이 있습니다. ‘Gentefied’는 바로 그런 드라마입니다. 로스앤젤레스 보일하이츠를 배경으로 멕시코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현실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습니다. 처음 이 드라마를 접한 건 우연이었어요. 하루의 피로를 풀며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한 에피소드 만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이민자의 뿌리와 정체성,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가족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뉴스나 통계로만 접했던 이슈를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로 바꿔놓았고, 저처럼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거나 부모님 세대의 갈등을 이해하는 분들에게 특히 와닿을 거예요.
‘Gentefied’는 2020년에 첫 시즌이 공개되었고, 2021년에 두 번째 시즌으로 마무리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총 1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으며, 각 에피소드는 25~34분 정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Marvin Lemus와 Linda Yvette Chávez가 제작을 맡았고, America Ferrera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가 되었죠. 원래는 2017년에 웹 시리즈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넷플릭스의 손을 거쳐 본격 드라마로 확장된 경우입니다. 이야기는 로스앤젤레스의 보일하이츠, 멕시코계 커뮤니티가 뿌리 깊은 동네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중심에는 Morales 가족이 운영하는 타코 가게 ‘Mama Fina’s’가 있습니다. 이 가게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가족의 정체성과 동네의 심장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동네가 고급화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외부인들이 몰려들며 가게와 가족은 위기에 처하게 되죠.
주인공은 세 사촌인 Erik, Ana, Chris입니다. Erik은 가족 가게에서 일하며 임신한 여자친구 Lidia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청년입니다. 충성스럽고 열정적이지만, 때론 충동적인 선택으로 갈등을 만듭니다. Ana는 퀴어 아티스트로, 자신의 예술을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려 노력하죠. 그녀의 연인 Yessika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 싸우는 지역 활동가입니다. Chris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요리사의 꿈을 좇지만, ‘미국화된’ 자신과 가족의 전통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이 세 사람은 한 지붕 아래 살지만, 각기 다른 꿈과 현실이 부딪히며 갈등을 겪습니다. 이들을 지켜보는 Pop 할아버지는 1세대 이민자로, 스페인어를 고집하며 전통을 지키려 애씁니다. 특히 Pop의 대사 중 “나는 범죄자가 아니야”라는 장면은 이민자들이 겪는 고통을 너무 생생하게 담아내 눈물이 날 뻔했어요.
이 드라마를 깊게 들여다보니, 보일하이츠의 실제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보일하이츠는 역사적으로 멕시코계와 라틴계 커뮤니티의 중심지입니다. 20세기 초부터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마리아치 플라자나 화려한 벽화들로 유명하죠.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면서 동네가 급변했어요. 지하철역이 생기고, 예술가와 부동산 개발자들이 몰려들며 집값과 임대료가 치솟았습니다. 실제로 2017년경 보일하이츠에서 예술 갤러리들이 들어서자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Defend Boyle Heights라는 단체가 시위를 주도하며 갤러리 몇 곳을 철수시키기도 했죠. 드라마 제목 ‘Gentefied’는 ‘gente’(스페인어로 ‘사람들’)와 ‘gentrified’(고급화된)의 합성어로, 라틴계 주민들이 동네의 변화를 주도하거나 당하는 복잡한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gente-fication’이라는 용어는 보일하이츠에서 쓰이기 시작했답니다.
드라마 속에서 Ana가 그리는 벽화는 보일하이츠의 예술 문화를 반영합니다. 하지만 그 벽화가 동네의 상징이 되면서도 외부인을 끌어들이는 도구가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죠. Chris가 고급 타코 메뉴를 만들어 가게를 살리려 하지만, 전통을 잃을까 고민하는 장면도 현실적입니다. 실제로 보일하이츠에서는 커피숍이나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우리 동네를 훔치지 마”라는 시위가 벌어졌어요.
2017년 Weird Wave Coffee라는 카페가 문을 열자마자 반대 시위가 있었고, 갤러리들은 ‘artwashing’(예술을 앞세운 고급화)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드라마는 이런 이슈를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내며 주민들의 분노와 희망을 공감 있게 그려냅니다.
시즌 1은 가족 가게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첫 에피소드 “Casimiro”에서는 Pop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이야기가 시작되죠. “Bail Money” 에피소드에서는 돈 문제로 가족이 뭉치고, “The Mural”에서는 Ana의 예술이 동네의 갈등과 연결됩니다. 유머도 풍부해요. 예를 들어, Chris가 ‘코코넛’(라틴계지만 백인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라고 놀림받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씁쓸합니다. 시즌 2는 한층 깊어져요. Pop의 이민자 신분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가족의 분열과 화해가 중심이 됩니다. 새로운 캐릭터들, 이를테면 Pop의 변호사 Melinna나 Chris의 연인 Sarai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더 풍성해집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넷플릭스가 시즌 2 이후 시리즈를 취소해 팬들의 아쉬움이 큽니다. 최근 X(트위터) 포스트를 보니 “몇 년이 지났는데도 취소된 게 믿기지 않아”라는 글이 많더라고요.
‘Gentefied’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사회 문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세대 갈등이 가장 공감 갔어요. Pop처럼 부모님 세대는 고향 문화를 지키려 하고, 자녀들은 현대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죠. 영어와 스페인어가 섞인 대화는 실제 이민자 가정처럼 자연스럽습니다. Ana의 퀴어 정체성도 억지스럽지 않고, Yessika와의 관계는 따뜻하게 그려져요. 문화 충돌도 재미있게 다뤄집니다. Chris가 프랑스 요리를 배우다 가족에게 “백인 된 거 아니냐?”라고 놀림받는 장면은 웃음을 주지만, 곧 진지한 대화로 이어지죠.
리뷰를 찾아보니 대부분 호평이었습니다. Rotten Tomatoes에서 시즌 1은 96%의 평점을 받았고, Variety와 Rolling Stone은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드라마”라고 극찬했어요. 라틴계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이야기를 제대로 담았다”며 환영했죠. 다만, 일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너무 가볍게 다룬다”는 비판도 있었어요. 실제 보일하이츠 주민들 중에는 드라마가 동네를 더 유명하게 만들어 고급화를 부추겼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작진이 커뮤니티와 상의했다고 밝혔지만, Defend Boyle Heights 같은 단체는 여전히 비판적이에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친구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그 친구는 멕시코계 부모님 밑에서 자랐는데, 집에서는 스페인어만 쓰고 밖에서는 영어로 살아야 했어요.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했지만, 부모님은 “안정된 직업을 가져라”라고 하셨죠. 결국 꿈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가족과의 갈등이 컸다고 해요. ‘Gentefied’를 보면 그 친구가 “이게 내 삶이야”라고 말할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죠. 부모님은 전통을 강조하시고, 우리는 현대 사회에 적응하려 하니까요.
이 드라마는 이민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시화와 세계화 속에서 누구나 “나는 어디에 속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니까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이를테면 홍대나 이태원도 고급화되면서 원주민들이 밀려나고 있잖아요. ‘Gentefied’는 이런 변화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공동체의 힘을 보여줍니다. 유머가 풍부해 무겁지 않고, 라틴 음악이 흐르는 사운드트랙과 타코 만드는 장면은 보는 재미를 더해줘요.
드라마를 보고 나면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싶을까요? 가족, 문화, 아니면 개인의 꿈? ‘Gentefied’는 답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보여줄 뿐입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주말에 몰아서 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리고 주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이 드라마는 문화 다양성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공감 가는 스토리를 찾는 분들에게도 딱 맞는 작품이에요. 검색 트렌드에도 잘 맞고, 따뜻한 메시지로 블로그 콘텐츠로도 손색없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