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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m Deck 실사용기: 휴대용 게이밍의 미래를 열다

by sncanada 2025. 9. 16.

Steam Deck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밴쿠버의 아침, 창밖으로 스탠리 파크의 녹음이 스치듯 지나가는 지하철 안. 나는 커피 잔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는 Steam Deck을 들었다. 화면에 떠오른 《Hades》의 화려한 색감이, 이 도시의 잿빛 하늘을 순간 잊게 만들었다. 주인공 자그나스가 지옥의 문턱을 넘을 때마다, 내 심장도 함께 뛴다. "아, 이게 바로 휴대용 게이밍의 매력인가."

한 달 전, 512GB OLED 모델을 손에 쥐었을 때만 해도 그냥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작은 녀석이 내 여행 가방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밴쿠버에서 토론토로, 토론토에서 캘거리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달리며, Steam Deck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내 일상에 스며든 동반자가 됐다. PC 게임을 사랑하지만, 데스크톱 앞에만 앉아 있는 삶이 지루했던 나 같은 사람에게, 이 녀석은 완벽한 탈출구였다.

처음 Steam Deck을 만난 건, 밴쿠버 공항 근처의 작은 전자제품 가게였다. 2025년 여름, OLED 버전이 재입고됐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갔다. 가격은 여전했지만, 캐나다 쪽 공급 지연이 끝난 덕에 바로 구입할 수 있었다. 상자 뜯는 순간, 그 무게감이 느껴졌다. 640g 정도? 닌텐도 스위치의 두 배는 되지만, 손에 쥐니 오히려 안정적이다. 7인치 OLED 화면이 켜지자마자, 깊은 블랙과 생생한 색감이 눈을 사로잡았다. 원래 LCD 모델도 좋았지만, 이 OLED는 90Hz 주사율 덕에 움직임이 부드럽고, 야외에서도 밝기가 충분해 가독성이 확실히 나아졌다. Valve가 2024년에 출시한 이 업그레이드 버전은, 이제 2025년에도 여전히 최선의 선택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Wi-Fi 6E 지원으로, 호텔 방에서 스트리밍할 때 지연이 거의 없어졌다.

첫 테스트는 바로 지하철에서. 토론토행 기차를 기다리며 《Elden Ring》을 켰다. 이 게임, 원래 데스크톱에서 플레이할 때마다 보스전에서 손이 떨릴 정도로 몰입됐는데, Deck에서는 중간 옵션으로 30-40FPS를 유지하며 비슷한 느낌을 줬다. ProtonDB를 확인해 보니, 이 게임은 'Gold' 등급으로, 약간의 컨트롤러 매핑만 조정하면 문제없다. 다만, 오픈월드 탐험이 길어지면 배터리가 2시간 반 만에 바닥날 수 있다. 고사양 타이틀의 숙명인가 싶었지만, 최근 SteamOS 3.7.8 업데이트로 배터리 세이버 모드가 추가되면서, 프레임 리미터를 30FPS로 고정하면 6% 정도 더 버틴다. 실제로 캘거리로 가는 버스에서 이 설정으로 《Hogwarts Legacy》를 돌려봤는데, 호그와트 성을 돌아다니며 마법 주문을 날릴 때, 창밖 산맥이 스치듯 지나가는 게 영화 같았다. 배터리는 3시간 가까이 갔고, 그 덕에 도착할 때까지 한 챕터를 클리어했다.

캐나다 여행의 매력은 바로 이런 '움직이는 순간'들이다. 토론토의 번잡한 다운타운에서, 점심시간에 커피숍 구석에 앉아 《Hades》를 한 판. 이 게임은 'Platinum' 등급으로, Deck에서 완벽하게 돌아간다. 빠른 액션과 재치 있는 대사가, 바쁜 도시의 소음을 잊게 해줬다. 주인공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릴 때, 문득 생각했다. "집에 데스크톱이 있는데, 왜 여기서 플레이하는 거지?" 답은 간단했다.

Deck은 Steam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옮겨오니까. 수천 개의 게임이, 언제든 손끝에서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에뮬레이터로 고전 게임까지. 캘거리 근교 캠핑장에서, 불꽃 소리 사이로 SNES 《The Legend of Zelda》를 돌려봤다. MicroSD 슬롯에 1TB 카드를 꽂아 저장 공간 걱정 없이, 밤하늘 아래서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겼다. 그날, 별이 쏟아지는 호수 옆에서 게임 오버될 때까지 플레이했다. Deck의 오픈 플랫폼 덕에, 이런 자유가 가능했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다. 발열은 여전한 고민거리다. 고사양 게임처럼 《Cyberpunk 2077》을 돌리면, 후면이 따뜻해져 손바닥에 스며든다. 팬 소음은 게임 사운드에 묻히지만, 조용한 캠핑장에서라면 약간 거슬릴 수 있다. Valve의 9월 클라이언트 업데이트로 쿨링 최적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장시간 사용 시 휴식을 권한다. 컨트롤러 부분은 최고다. 아날로그 스틱과 트랙패드가 조합되니, RTS 게임처럼 《StarCraft 2》를 할 때 마우스처럼 쓰기 편하다. FPS에서는 트리거의 해상도 높은 진동이, 총알이 스치듯 느껴져 긴장감을 더한다. 터치스크린으로 메뉴 조정도 직관적이고, Steam Big Picture 모드가 콘솔처럼 느껴지게 해준다.

OS 쪽으로 넘어가면, SteamOS가 Deck의 진짜 무기다. 리눅스 기반이라 부팅이 빠르고, UI가 깔끔하다. 데스크톱 모드로 전환하면, 마치 미니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토론토 호텔에서 피곤한 밤, 브라우저로 뉴스 보고, 유튜브로 여행 영상 보며 쉬었다. 문서 작업까지 가능하지만, 키보드 연결이 필수다. 한글 입력은 기본 미지원이라, 추가 앱 설치가 필요했다. 처음엔 그게 번거로웠지만, 한 번 익히니 문제없었다. 게다가 Proton 덕에 호환성이 놀랍다. 《Hogwarts Legacy》는 'Silver' 등급으로, 약간의 그래픽 튜닝이 필요하지만, 마법 세계를 휴대폰만 한 기기에서 누리는 게 신기했다. ProtonDB를 Deck에 통합하는 플러그인도 유용하다. 게임 목록에 바로 등급이 뜨니, 플레이 전에 미리 체크할 수 있다.

이 녀석의 확장성은 정말 매력적이다. USB-C로 외부 모니터 연결해 TV로 플레이하거나,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GeForce Now를 돌릴 수 있다. 밴쿠버 친구 집에서 파티할 때, Deck을 TV에 꽂아 《Among Us》 멀티를 했다. 에픽 스토어나 GOG 게임도 쉽게 추가하고, 에뮬레이터로 PS2나 Wii까지 커버한다. 저장 공간은 MicroSD로 무한 확장. 내 512GB 모델에 2TB 카드를 꽂아, 여행 내내 게임 라이브러리를 싣고 다녔다.

하지만, 모든 게 장밋빛은 아니다. 윈도우 설치 시 드라이버 이슈가 생길 수 있다. 한 번 시도해봤는데, 컨트롤러 인식이 안 돼 포기했다. SteamOS가 최적화됐으니, 굳이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도 휴대용으로는 좀 크다. 가방에 넣을 때마다 "이게 노트북인가?" 싶을 정도. 그리고 배터리, 고사양에서 2시간은 아쉽다. 하지만 업데이트로 개선됐고, Anker 보조배터리와 연결하면 5시간 이상 간다. 2025년 OLED 모델은 원래보다 배터리 효율이 50% 좋아졌다고 하니, 이게 미래형이다.

경쟁자를 빼놓을 수 없다. Asus ROG Ally X를 써본 친구가 "성능은 Ally가 낫다"고 했다. 1080p 120Hz 화면에 Z1 Extreme 칩으로, Deck보다 20-30% 빠르다. 하지만 Ally는 Windows 기반이라 UI가 복잡하고, 배터리 관리가 Deck만큼 직관적이지 않다. Deck은 '플러그 앤 플레이' 느낌이 강하고, Steam 생태계와 완벽 통합된다. 만약 고사양 위주라면 Ally를, 안정적 경험을 원한다면 Deck을 추천한다. 나처럼 여행 중 '편안한 게이밍'을 추구하는 사람에겐 Deck이 딱이다.

캘거리 로키 산맥을 오르는 트레일에서, Deck을 꺼내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에뮬을 돌렸다. 바람 소리와 게임의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져, 현실과 가상이 섞인 듯했다. 그 순간, Steam Deck이 단순 기기가 아닌 '경험'이라는 걸 깨달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게임은 더 이상 앉아서 하는 게 아니다. 들고 다니며, 세상과 함께하는 거다. 캐나다의 광활한 자연처럼, Deck은 내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줬다. 만약 당신도 PC 게임을 사랑하지만, 자유를 꿈꾼다면, 이 녀석을 가방에 넣어보자. 후회 없을 거다. 다음 여행에서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릴지, 벌써 기대된다.